“과정에 충실하라” 라는 말이 있다. 계획했던 일들이 멋지게 이루어지고,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리더가 되고 하는 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대한 일들과 위대한 리더는 항상 길고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나님이 진정 전능하신 분이라면 왜 자신의 신적 권능을
사용하여 하루아침에 일을 다 이루어놓지 않으시는가? 이 질문은 신학적 질문일른지는 모르나 리더십 질문은 아니다. 리더는 모든 것을 자기가 다 해버리지 않는다. 인간의 참여가 없이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해 버린다면 거기에는 성공한 일도 실패한 일도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할 뿐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세계에는 ‘완벽하지 않음’ 이라는 개념 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역으로 말하면 ‘미완’ 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는 ‘완벽’ 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퇴보도 발전도 없다. 하나님의 일을 이루려는 인간의 의지, 길고 어두운 고통의 과정, 이를 극복하려는 분연한 노력도 없다. 성취의 기쁨도, 실패의 회한도 없다. 선도 악도 없다. 하나님도 사단도 없는 진공의 세계일 뿐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리더는 진공상태에서 일하는 자가 아니다.  냉엄한 현실의 한 복판에서 사람과 조직을 이끌어가는 자이다. 요셉을 바로의 왕궁에서 사용하기 위해 하나님은 그를 광야, 권력자의 집안, 지하감옥이라는 길고 험한 과정에 놓아두고 이를
통과하게 하셨다. 모세는 어떠한가? 하나님은 그를 광야에서 사용하기 위해 바로의 왕궁에서 학문과 리더십을 배우게 하셨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잘아는 이유로 인해 왕궁을 떠나 광야로 도망해야 했고 거기에서 꿈을 포기한 채 평범한 노인으로 살아야했다. 좌절과 절망의 길고 험란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도 예외없이 이런 과정을 거치게 하셨다.

예수님의 오심도 신적 통찰력에 의해 어느날 밤 일어난 우연적 사건이 아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타이밍을 이렇게 설명한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 . .” (갈4:4). 구약성경에는 메시아의 오심에 대한 고대가 있다. 신약을 향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고대는 더 증폭된다. 주님의 재림도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따라 아무때 아무렇게나 이루어질 사건이 아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재림의 때가 차기까지 역사를 운행하며 재림을 위해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내신다. 그 이후에야 주님이 다시오신다.  과정을 무시한다면 결과는 빈약해 진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다 보다 . . .” 과정에 충실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위대한 리더가 될 수도 위대한 성취를 할수도 없다. “과정에 충실한 사람” 이라는 표현을 바꾸어 말한다면 “성실한 사람” 이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는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에만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시대이다. 어쩌면 믿음은 결과를 주님께 맡긴채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인지 모른다. 믿음장으로 잘 알려진 히브리서 11장은 여러 믿음의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그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이것이다. 그들은 결과에 급급하지 않고 (39 하반절), 믿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39 상반절) 그들 앞에 주어진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는 조롱과 채찍질,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겨는 것, 시험과 칼로 죽임을 당하는 것, 광야와 산과 동굴과 토굴에
유리하는 것등의 극한 상황도 포함되어 있었다 (36-38절). 그러나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35절).  그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약속이었고 그 약속을 이루는 과정이었다.  천사를 통해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통보 받은 사람은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켰던” (눅2:8) 목자들이었다. 이들은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실외에서 양 떼를 지키는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그 성실함으로 인해 그들은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천사의 고지를 받을 수 있었다.

베들레헴에 나타난 사무엘이 새로운 왕을 발굴하기 위해 이새와 그의 아들들을 제사의 자리에 초청했을 때 이새는 다윗을 그 자리에 데려가지 않았다. 다윗은 아버지의 눈에도 리더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윗을 제외한 이새의 아들들을 모두 살펴본 이후 사무엘은 이새에게 물었다.
“네 아들이 다 여기 있느냐?” 이새는 대답했다. “아직 막내가 남았는데 그는 양을 지키나이다” (삼상 16:7). 여기에 정답이 있다. 다윗은 출새와 성공을 위한 반짝 이벤트나 유력한 자와의 커넥션보다 목자로서 양 떼를 성실하게 돌보는 과정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성실함의 결과는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데 까지 확장되었다.

이 시대에 주님이 필요로 하는 리더는 허욕을 버리고 지나치게 성과에 얽매이지 않은채 과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끊이없이 자신을 개발하는 과정, 책임있고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 리더의 삶과 사역에 이 두가지가 성실하게 병행된다면 때가 찰 때 반드시 좋은 결실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