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사역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건을 경험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던가? 뜻 밖에도 광화문 네거리는 자주평화 통일 실천연대 (자평통) 라는 좌파단체가 걸어 놓은 김정은의 답방 환영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한글로만 환영하기에는 그가 너무나 국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던지 한글로 된 환영구 아래 다음과 같은 영어 환영구도 있었다—Supreme Reader Kim Jong Un.

안타깝기 그지없는 영자표기이다. 아마 자평통은 김정은에게 <최고지도자>를 의미하는 Supreme Leader 라는 호칭을 쓰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실수였는지 <최고지도자>는 Supreme Reader <최고독서가>로 바뀌져버렸다. 만약 이 일이 북한에서 일어났다면 담당자는 이미 처벌을 받아 노동수용소로 갔거나 요사이 분위기라면 황천에 갔을 수도 있다.

우스꽝스러운 사건이었으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리더십 레슨도 있었다. 리더 (Leader)라면 반드시 리더 (Reader)가 되어야한다. 특별히 회중을 말씀으로 리드하는 목회 지도자가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눈(관점)을 개발하지 않고는 깊이 있게 성경을 볼 수도, 또 청중의 마음에 호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대를 비평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바울은 디모데 후서에서 영적아들 디모데에게 전도자와 목회자로서 마땅히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가 될 것을 독려하였다. 디모데 후서의 기록 연대가 바울의 순교직전인 것을 보면 이 서신은 자신의 후계자를 향한 영적 선배의 가장 뜨거운 심장을 담은 글 임에 틀림없다. 이 서신의 후반부에서 바울은 개인적으로 디모데에게 요청했다.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 (4:13).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독서를 원했던 바울, 이보다 더 강열하게 독서의 중요성을 디모데의 가슴에 전달해 준 교훈은 없었을 것이다. 스펄전은 딤후 4:13에 나타난 바울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영감이 넘쳤지만 여전히 책을 읽기 원한다. 최소 30 년 이상 설교를 했으나 그는 여전히 책을 읽기 원한다. 그는 주님을 직접 만났지만 여전히 책을 읽기 갈망한다. 그는 타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여전히 책을 읽기 원한다. 그는 하늘에 들리어 올라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경험을 했지만 여전히 책을 읽기 열망한다. 그는 신약성경의 근간을 집필했지만 여전히 독서를 위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인물 중심으로 쓰여진 교회사를 읽으면 역사에 일획을 그었던 영적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독서광 이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대에도 그러했고 중세에도 그러했으며 현대에도 그렇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원론은 이렇게 말한다. “영적 지도자가 되기 원하면 뜨겁게 기도하라. 그러나 학자가 되기 원한다면 진지하게 연구하라.” 그러나 역사는 이 말이 잘못된 말 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영적 지도자는 언제나 기도의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초대교회 제일의 영적 지도자였던 바울은 그 시대 제일의 지성이기도 했다. 독서와 연구없이 한 시대의 탁월한 지성이 될 수는 없다. 중세교회 최고의 영적 거성이었던 어거스틴도 중세 제일의 지성이었다. 근대와 현대의 영적 거성도 예외가 아니다. 요나단 에드워즈, 찰스 피니, 요한 웨슬레, 죠지 휘필드, 빌리 그레이험, 라비 제커리아스 모두 기도의 사람들이었을 뿐 아니라 독서광이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최고의 설교자들었다. 박사학위가 없는 영적지도자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무식한 영적지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벌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 지성을 연마하지 않은 사람이 위대한 지도자가 된 적은 없다. 반면 졸업장은 있으나 머리에 든 것이 별로 없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간의 운명은 습관의 산물”이라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듣는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2019년 한 해 영적 지도자가 이를 악물고 실천해야 할 좋은 습관은 책을 읽는 습관이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지 못할 정도로 바쁜 사람은 없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바쁘다면 그는 노동자일찌언정 지도자는 아니다. 올 한해 일주일에 한 권 책을 읽어낸다면 우리는 50 여 권의 책을 읽어낼 수 있다. 이렇게 3년을 실천해 낼 수 있다면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깊이있는 사고 능력은 당연히 관점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잘못하면 진부할 수 있는 성경을 새롭고 신선한 관점으로 설파하며 그 말씀으로 우리가 사는 시대를 조명, 비평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영적거성으로 조금씩 세워질 것이다. 오스왈드 샌더스는 자신의 기념비적 저서 <영적지도력> 에서 이렇게 말한다. “영적, 지적으로 성장하기를 열망하는 지도자는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2019년 벽두에 목회 지도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습관, 그것은 독서의 습관이다.